사람들은 미래의 불확실한 사건들에 대한 발생 가능성을 대부분 자신의 신념에 의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례는 미래의 경기 전망이나 주가의 움직임, 대선 후보자의 당선 확률 예측 등의 여러 사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앞서서 <휴리스틱, 직관의 힘!>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불확실성 하의 선택 시 복잡한 문제 해결에서 판단과 선택의 문제들을 단순화하는 판단 과정으로 환원시키기 위해 휴리스틱(heuristic)을 사용함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휴리스틱을 이용하여 판단할 때 많은 오류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오류를 “인지 편향”이라 부른다.
‘대비 효과’라고도 불리는 대조 효과는 대상을 지각할 때, 사물을 독립적으로 지각하지 않고 시간적, 공간적으로 인접한 것과 대조하여 현재의 대상을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실제보다 지각하려는 대상의 특성을 더 과장하거나 축소하여 생각하게 된다.
대조 효과는 인상을 평가할 때도 힘을 발휘한다. 미국 리하이대학 심리학과 고든 모스코비츠(Gordon Moskowitz) 교수는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2005년)를 발표했다. 실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고, 한 집단에만 히틀러를 생각해보게 했다. 그러고 나서 두 그룹에 한 남자의 인상이 어떤지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실험 결과, 히틀러를 생각했던 그룹의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더 긍정적으로 대상을 평가했다. 악평이 난 히틀러와 대조하여 남자의 인상을 더 친밀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종종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못생긴 친구를 동행하는 드라마 속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것이다.
실제로 기업이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데 있어 대조 효과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10만 원인 상품을 7만 원으로 할인해서 판매하는 경우, 단순히 상품가를 7만 원으로 표기하기보다는 종전 가격인 10만 원을 함께 표시해 할인가에 판매하는 경우에 구매율이 더 증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소비자는 원래 가격과 비교해 더 큰 이득을 얻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택적 지각이란 외부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처리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과 일치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처리하려는 편향을 말한다. 선택적 지각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정보의 객관성을 중시하기보다 자신의 주관적인 가치에 따라 정보를 선택한다.
똑같은 운동경기를 보는데도 양쪽 팀의 응원석에서 심판이 편파적이라고 서로 비난하는 경우를 이러한 사례로 들 수 있다. 즉, 양쪽 모두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는 선택적 지각의 오류에 빠진 것이다.
사후 확신 편향은 인지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일어나는 편향으로 ‘사후 해석 편향’으로도 불린다. 어떤 일이 발생한 후에 마치 진작부터 현재의 결과를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처럼 기억을 재구성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사후확신 편향은 1975년 피 쇼프와 베이스(Fischhoff & Beyth)의 연구실험에 의해 밝혀졌다. 이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이 어떤 외교성과를 거둘지에 대해 예측해보라는 질문을 했다. 그런데 질문에 대해 대답한 참가자들은 이 중국 방문의 결과가 알려진 이후 자신들이 예측한 확률을 회상해보라는 과업을 다시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중국 방문의 결과가 나온 후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각 사건에 대한 결과를 예측한 확률이 어느 정도였는지 회상해 보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그 결과 실험의 대상이 된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실제로 예측한 확률보다 각 사건에 대해서 정확도가 더 높게 예측을 했었다고 기억하는 일관된 경향을 나타냈다. 당시 닉슨은 강경한 반공주의자였고, 미국이 중국을 외교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외교성과를 좋게 평가하지 않았었지만, 닉슨이 예상외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귀국하자 그들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의 무의식에 깊이 자리 잡고 있으며 자주 경험하는 일이다.
결합 오류란 단일 사건의 발생 확률이 실제로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의 확률이 더 높다고 추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보가 구체적인 쪽을 실제에 더 가깝다고 믿기 때문이다. 결합 오류는 ‘연결 오류’ 또는 ‘연합 오류’라고 불리기도 한다.
앞서서 살펴본 <휴리스틱, 직감의 힘!> 편의 대표성 휴리스틱의 '린다 문제'를 참고하여 결합 오류의 사례를 살펴보자.
린다는 31살 독신으로, 솔직하며 매우 밝다. 그녀는 철학을 전공했다. 학생 시절 차별과 사회정의 문제를 깊이 고민했고, 반핵시위에도 참가했다. 다음의 어느 쪽이 더 확률이 높을까?
1. 린다는 은행원이다.
2. 린다는 은행원이고, 시민 운동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2번을 선택한다. 하지만 2번일 확률보다 1번일 확률이 사실상 더 높다. 대표성 직관과 확률 논리가 상충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수학에서 집합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떤 사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할수록 확률은 낮아지게 된다.
기저율 무시의 오류는 정보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없이 단순하게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을 의미하는 휴리스틱(Huristic)적 접근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류이다. 이것은 특정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확률인 기저율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통계적 오류를 말한다.
이와 관련해서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다음과 같은 실험 연구(1983년)가 있다.
차 색깔에 따라 블루와 그린이라고 불리는 두 택시회사가 있다. 택시의 85%는 블루이고, 15%는 그린 회사 소속이다. 어두운 한밤중에 택시가 사고를 냈는데 목격자는 그 택시가 그린택시라고 말했다. 목격자의 색깔 구별 능력 정확도는 80% 일 때, 사고를 낸 택시가 그린 회사 소속의 택시일 가능성은 얼마인가?
사람들은 80%라고 대답했지만 실제 가능성은 41% 정도였다. 사람들이 가능성을 판단할 때, 85%가 블루, 15%가 그린이라는 기저율은 무시하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기저율은 해당 사건의 일반적인 존재 비율인데 사람들은 이러한 기저율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
평균으로의 회귀는 프랜시스 콜턴이 처음 주장한 이론으로 극단적이거나 이례적인 결과는 평균 방향으로 되돌아오는 경향을 가진다는 개념이다. '평균으로의 회귀 무시'는 좋은 결과를 보이면 그 이후에도 똑같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만약 기대한 것과 결과가 다르다면 사람들은 인위적인 이유로 결과를 설명한다. 이는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최고값이나 최저값이 지속되지 않고 평균값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무시한 것이다.
야구선수가 데뷔 첫 해에 아주 좋은 성과를 거둔 후, 2년 차에 좋지 않은 성적을 보이면 이 야구선수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다거나,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등의 다른 인위적 변수를 들어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이것은 1년 차에 너무 잘해서 2년 차에는 평균으로 돌아간 것인데 마치 퇴보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확률 무시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게 될 때, 확률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예상 확률과 관련된 처리 규칙을 위반하는 현상을 뜻한다. 사람들의 인지는 긍정적인 결과가 제시되었을 때 확률을 쉽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확률 무시의 사례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조너선 바론 교수가 진행한 실험(1993년)이 있다.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수잔과 제니퍼는 운전을 할 때 안전띠를 매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싸움을 하고 있다. 수잔은 안전띠를 매야한다고 하고, 제니퍼는 매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제니퍼는 사고가 나서 차가 물속으로 들어갔을 때나 불이 났을 때 안전띠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 질문을 받은 아이들은 사건이 발생할 확률과 각 경우의 수를 따져서 대답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질문을 받는 대로 안전띠를 매야한다고 했다가 말아야 한다고 했다가 하면서 갈팡질팡하며 계속 의견을 바꿨다. 판단을 할 때 확률 자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이외에도 '확증편향', '자기 귀인 편향', '도박사의 오류' 등 실생활에서 범하기 쉬운 많은 인지 편향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알아야 할 50가지 인지 편향>에 대한 글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휴리스틱을 이용하여 사물을 판단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휴리스틱적 접근법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에 변화를 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먼저 휴리스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오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선행된다면, 무분별한 직감으로 인한 오류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고정관념이나 상식을 버려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 '휴리스틱에 얽매이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고정관념에 따라 선택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해석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지는 오류를 지양하고 과학적인 사고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는 현시대에서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보를 선별하여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마케팅] 디지털 시대, 마케터의 사고방식 (0) | 2022.05.31 |
---|---|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다! (준거점 의존성,민감도 체감성,손실 회피성) (0) | 2022.05.06 |
휴리스틱, 직감의 힘! (0) | 2022.04.20 |
내면이 깊어지는 공부란?(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0) | 2022.04.07 |
사람들은 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까?(제한된 합리성) (0) | 2022.04.02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