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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이 깊어지는 공부란?(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생각에 대한 생각 (깊은 사색의 힘)

by 비아토(viator2912) 2022. 4. 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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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위정 편(爲政篇)에는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라는 평생 깊이 새겨야 할 삶의 자세가 실려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이다. 칸트의 '내용 없는 사상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라는 문장과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올바른 배움의 과정은 지식을 배우는 학(學)의 단계와 입력된 내용에 경험이나 판단 등을 더하여 주관적으로 내면화하는 사(思)의 단계를 거쳐 이를 몸에 익히는 습(習)의 단계로 이어진다. 그런데 학이불사(學而不思), 어떤 정보나 지식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이를 내면의 사고 과정을 거쳐 나의 것으로 체화하지 못하면 오히려 혼란스럽고 맹신에 빠지게 되는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한다. 반대로 사이 불학(思而不學), 외부의 객관적 사실과의 비교나 검토가 없는 나만의 판단이나 사고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독단에 빠지기 쉬워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올바른 배움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숙고해야 할 일이다. 

 

배움과 사고(思考)를 함께해야 한다는 학문의 자세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로 공자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공자는 양자(養子)라는 스승님에게 거문고를 배웠다. 열흘 동안 한 곡만 계속 연습했더니, 양자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 이제 새로운 곡을 배워볼까요?” 

그러자 공자가 대답했다.

“아니요, 스승님. 저는 이 곡을 칠 줄만 알지, 제대로 된 기법은 아직 못 익혔습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더 지나고, 양자가 또 물었다. 

“이제 기법을 장악했으니 신곡을 배워도 되겠습니다.” 

공자가 또 대답했다.

“저는 아직 이 곡의 운치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습니다.” 

또 며칠이 지나고 양자가 다시 말했다.

“이미 이 곡의 운치를 잘 깨달은듯하니, 새 곡을 배우세요.” 

그러자 공자가 또 이렇게 말했다.

 “스승님, 저는 아직 이 곡을 만든 사람의 인품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며칠이 흐른 뒤 새로운 경지에 들어선 공자는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때로는 경건하게, 때로는 깊은 생각에 빠지더니, 어떨 땐 멀리 바라보면서 뭔가 깊은 뜻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러다가 공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 이제 알겠습니다. 곡을 만든 사람은 피부가 좀 검고 체격이 좋으면서 눈빛이 깊은 사람일 것입니다. 그 사람은 세상 제후들을 지배하는 왕인듯합니다. 주문왕(周文王) 말고는 누가 이런 곡을 만들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양자가 깜짝 놀라며 공자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그러합니다! 저의 스승님이 이 곡의 이름이 문왕 조(文王操)라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공자는 배움과 생각을 함께해야 진정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겼다. 

 

이 우화는 우리에게 진정한 학습과 성장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을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사색하지 않으면 학문의 체계가 없고, 사색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오류나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 생각하는 과정은 배운 바를 내면화하는 과정으로 지식이 지혜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반면 배움 없이 생각만 한다면 객관성이나 보편타당성을 잃기 쉬워 독단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지혜로운 삶은 지식과는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지식을 쌓아만 두고 꺼내어 쓸 수 없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다. 수많은 지식을 받아들여도 깊은 헤아림의 과정이 없이는 진정한 학습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필자도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의 자세를 삶에 깊이 새기고자 배우고 깊이 생각하고 몸에 익히려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이 깊어지는 공부를 하자. 이러한 자세로 삶에 임한다면, 우리는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學(배울 학) 배움
而(말이을 이) 승접 접속사(앞말을 받아 뒷말을 연결함)
不(아닐 불) ~않다. 思(생각 사)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則(곧 즉) ‘~면’ 가정 접속사(전제조건의 문구(學而不思)와 결과(罔)를 가정하여 접속함)
罔(그물망/없을 망) 멍한 상태. 없는 상태
殆(위태할 태) 위태롭다. 형세가 마음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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