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어떠한 문제의 결정이나 판단을 할 때 휴리스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휴리스틱은 무엇이며, 우리가 휴리스틱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그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행동경제학>의 연구 사례에 근거해 살펴보려고 한다.
휴리스틱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명확한 실마리가 없는 경우에 사용하는 신속하고 편리한 방법이다. 쉽게 표현하면 쉬운 방법, 간편법, 발견법, 어림셈, 또는 지름길 등으로 말할 수 있다(행동경제학 p.69).
휴리스틱의 어원은 라틴어의 ‘heuristicus’와 그리스어 ‘heuriskein’ 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찾아내다’, ‘발견하다’라는 의미를 뜻한다. 아인슈타인은 휴리스틱을 ‘불안전하지만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는 의미로 사용했고, 저명한 수학자인 폴리아(G.Polya)는 ‘발견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로 사용하면서, 수학적인 문제 해결에도 휴리스틱 방법이 매우 유효하다고 했다.
휴리스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와 대비되는 알고리즘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져 있는 절차가 있다. 이를 사용하면 반드시 문제를 풀 수 있어, 사람들은 알고리즘을 이용한 이러한 절차를 사용한다(예: 삼각형 면적 구하는 공식, 방정식 구하는 공식 등). 반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속담이 휴리스틱이다. 이는 인간의 '직감'에 의한 사고방식으로, 시간이나 자료의 부족, 인지적 자원의 제약, 문제 특성 등의 이유로, 대충 어림짐작하여 맞히는 방법이다.
휴리스틱은 완전한 해답이 아니므로 터무니없는 실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확실성이 내포된 추론이므로 사람들이 확률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중요하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휴리스틱 추론은 합리적 추론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의미로 바이어스(편향)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휴리스틱은 가능한 가장 좋은 해답이나 최적의 해결책에 접근하기 위한 빠른 방법을 얻기 위해 일상에서 자주 쓰인다. 이는 어림짐작이며 경험에 의한 예측이고 직감에 의한 직관적인 판단 또는 간단히 상식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쓰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의사결정을 하려면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보의 부족과 시간 제약으로 완벽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제한된 정보와 시간 제약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해법이 필요하다. 휴리스틱은 이런 경우를 위한 이상적인 해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의 답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를 푸는 방법이 아직 없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 또는 문제를 풀기 위한 정보가 부족할 때, 확립된 절차에 따라 답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문제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을 때 휴리스틱이 자주 사용된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휴리스틱 추정은 합리적 추론과 차이가 있어 편향(Bias)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러한 휴리스틱과 편향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준점과 조정 휴리스틱은 소비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수치로 임의로 기준선을 설정한 후,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맞게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이다. 마치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면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는 배처럼, 사람들의 추론도 설정된 기준선 주위로 움직인다. 즉, 의사결정에 대한 임의의 기준선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다. 제한된 정보가 의사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이 현상은 ‘기준선 설정 휴리스틱(anchoring heuristic)’과 관련되어 있다(Mussweiler & Strack, 1999).
트버스키와 카너먼(Tversky & Kahneman)은 기준점과 조정 휴리스틱에 관련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A) 8 × 7 × 6 × 5 × 4 × 3 × 2 × 1 은 얼마인가?
B) 1 × 2 × 3 × 4 × 5 × 6 × 7 × 8 은 얼마인가?
두 집단의 실험자들에게 각각 위의 문제의 값이 얼마냐는 질문을 한 뒤 즉시 답하도록 했다. 그 결과 A집단이 답한 값의 평균은 2,250이었고, B집단의 응답 값 평균은 512였다. 이것은 숫자의 순서만 바꾸어 질문하였을 때 기준점이 다르게 설정되어 응답 값의 평균이 차이가 난다는 예시를 보여준다. 즉, 8을 시작으로 1까지 차례대로 곱한 집단은 처음 시작하는 기준이 높게 설정되었기 때문에 높은 기준의 조정이 이루어졌고, 1부터 8까지 숫자가 커지는 순서로 곱한 집단은 첫 기준이 낮게 설정되었기 때문에 낮은 기준의 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용 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은 사건의 가능성을 기억에 근거해 추정하는 방법이다. 사건 출현 빈도나 확률을 판단할 때 그 사건이 발생했다고 쉽게 알 수 있는 최근 사례를 생각해 내고 그것을 기초로 예측, 판단한다. 이러한 휴리스틱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인간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상에 대하여 높은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반복적으로 노출된 대상에 대해 친숙한 느낌이 든다. 문제는 이러한 느낌을 그 대상 자체에 장점이 많은 것이라고 잘못 해석할 때, 편향이 발생한다.
트버스키와 카너먼(Tversky & Kahneman)은 가용성(이용가능성) 휴리스틱과 관련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피 실험자들에게 1분 동안 네 페이지 분량의 소설을 보여주고 아래의 질문을 했다.
1) 소설 4쪽 분량(약 2000 단어)에서 7개의 철자로 된 단어 중에 ing로 끝나는 것은 몇 개인가?
2) 소설 4쪽 분량(약 2000 단어)에서 7개의 철자로 된 단어 중에 여섯 번째 철자가 n인 것은 몇 개인가?
(예: 어미가 ing로 끝나는 단어: evening 여섯 번째 문자가 n인 단어: payment)
실험 결과 피 실험자들은 1번 질문에 평균적으로 13.4개라고 답하였고, 2번 질문에는 4.7개라고 답하였다. 응답자들의 예측 결과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ing로 끝나는 단어는 떠올리기가 쉽고(기억 인출의 용이성), 여섯 번째가 n인 단어는 상대적으로 잘 생각나지 않기 때문에 전자가 더 많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철자가 7개인 단어 중 ing로 끝나는 단어는 여섯 번째 문자가 반드시 n이다. 그러므로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1)번 질문의 답은 2)번 질문의 답 안에 포함되기 때문에, 1)번 질문의 답은 2)번 질문의 답과 같거나 더 적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사람들이 기억에 잘 떠오르는, 이용 가능이 높은 정보를 가지고 판단했기 때문에 판단의 오류가 일어난 것이다.
대표성 휴리스틱은 어떤 집합에 속하는 임의의 한 특징이 그 집합의 특성을 대표한다고 간주해 빈도와 확률을 판단하는 방법이다(Wang, Kuang, & Wu, 2009). 대표성 휴리스틱에 의한 의사결정은 편향된 의사결정이나 선택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
‘린다 문제(Linda Problem)’ 는 대표성 휴리스틱과 관련된 사례이다. 린다의 특성이 다음과 같이 주어졌다고 하자.
린다는 31세의 독신 여성이며, 매우 머리가 좋고 본인 생각을 뚜렷하게 이야기하는 성격이다. 그녀는 철학을 전공했으며, 사회정의와 인종차별에 깊이 관여하였고, 반핵 시위에도 참여하였다. 이러한 설명을 한 후, 다음과 같은 확률을 예측하라고 했다.
① '페미니스트'일 확률
② '은행원'일 확률
③ '은행원이면서 페미니스트' 일 확률
실험 결과 85%의 응답자가 ①>③>②의 순서로 린다의 직업 확률을 예측했다. 이와 같은 예측 결과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린다가 ③ '은행원이면서 페미니스트'일 확률은 ① '페미니스트'이거나 ② '은행원'일 확률의 교집합에 속하기 때문에 ①이나 ②보다 더 클 수 없다. ③은 ① '페미니스트'와 ② '은행원'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집합 오류(conjunction fallacy)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결과는 사람들이 대표성 휴리스틱을 써서 판단하는 것을 보여준다. 린다의 특성으로 보아 ‘은행원’이라는 특성이 그녀를 대표하기보다는 '페미니스트'이거나 '페미니스트이면서 은행원일 것‘이라는 특성이 린다를 더 대표한다고 생각해 확률을 계산한 것이다.
이 외에도 휴리스틱과 관련한 많은 인지적 편향이 있는데, 다음 편에서 다루기로 한다.
정리해보면, 휴리스틱은 시간적, 인지적으로 경제적이어서 빠른 시간 안에 적은 에너지를 들여 비교적 안전하고 근접한 결론을 직감으로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바로 휴리스틱의 직감의 힘이다. 그러나 휴리스틱을 통하여 얻어진 결론은 정확한 결론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는 정확한 결론을 위해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과정에 휴리스틱 사고를 도입했을 때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휴리스틱은 인간의 판단이나 결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장단점을 이해할 때, 잘못된 편향에서 오는 오류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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