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확장된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메타버스(Meta+Universe) 시대, 우리는 특별한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주장하는 바를 마음껏 펼치면서 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빠르게 변모하는 세상에서 타인의 행동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면, 이해보다는 공감이 더 필요하다.
사람은 이성적인 동시에 감성적이기에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어떤 이에게 영향을 주려고 할 때나, 제도나 시스템을 바꾸려고 할 때 논리적인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논리 사고에 뛰어난 사람들이 종종 논리에 의해 세상이 움직인다고 잘못 생각하기에 고전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는 이유이다.
2400년 동안 읽히고 연구되어 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수사학』에서 진정한 의미에서 타인을 설득해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로고스(logos)는 논리를 뜻한다. 논리만으로 사람을 설득하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기획이 사람들의 찬성을 얻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논리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기에 논리만으로 사람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두 번째로 에토스(ethos), 즉 윤리(ethics)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무리 이치에 맞는 말이라도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도덕성을 의심받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내어주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바로 그 점에 호소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파토스(pathos)는 열정(passion)을 의미한다. 자신이 신념을 가지고 열정을 드러내며 말할때 비로소 타인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설가는 청중을 설득할 때, ‘에토스’(청중이나 연설가의 성향, 정서), ‘파토스’(청중의 감정), ‘로고스’(논리적 추론)의 세 가지 기본적인 설득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이성에 호소하는 것(로고스), 감정에 호소하는 것(파토스), 인격이나 성품에 호소하는 것(에토스)이다.
그런데, 단순히 말로 사람을 움직인다는 사고방식에 강력하게 반대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소크라테스다. 리더에게 레토릭(rhetoric), 즉, 수사학(修辭學)이 필요하다는 그의 제자 파이드로스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진실에 이르는 길은 대화밖에 없다'라고 하며 레토릭을 속임수로 일갈한다. 히틀러의 마술적인 연설의 위력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소크라테스의 이러한 지적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인 플라톤 역시 레토릭에 사람을 매료시켜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것을 순순히 인정했다는 점이다.
샘 리스(Sam Leith)는 그의 저서『레토릭: 세상을 움직인 설득의 비밀』에서 “수사학, 즉 레토릭(rhetoric)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설득의 기술로서 다른 사람에게 말로 영향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람들은 아무런 목적없이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어떤 목적이 있기 때문에 설득을 한다. 레토릭은 실용적인 학문이자 기술이다. 철학은 영원한 진리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것인 반면 수사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언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의미의 전달을 명확히 하며, 자신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행위에 수사학(레토릭)이 있다. 수사학은 말과 글을 사용하는 모든 매체, 미디어, 광고, 영업, 홍보 등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빛을 발한다. 24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며 더욱 연마해야 할 분야인 것이다.
인간은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이기에 논리적인 설명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어렵다. 진정한 의미에서 타인을 설득해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가 필요하다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잘 새겨두자.
야마구치슈는 저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조직의 리더라면 당연히 자신을 추종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끌어 가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반대로 레토릭의 과도한 사용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가지라고 말한다.
말속에는 사람을 움직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따뜻한 유대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또는 리더로서, 연설가로서, 듣는 사람을 배려하는 윤리적 태도와 논리, 감정의 미학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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