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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우리 땅의 특산 식물들, 기후 위기가 바꾸는 한반도 생태지도

생각에 대한 생각 (깊은 사색의 힘)

by 비아토(viator2912) 2024. 11. 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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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봄은 진달래로 시작해 철쭉으로 마무리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제 이 오래된 자연의 달력이 바뀌고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 상승만이 아닌, 우리 고유의 자연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는 조용한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우리 땅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들의 운명이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국립수목원 조용찬 박사와 서울여자대학교 임치홍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연구팀이 179종의 특산식물 분포를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동해와 남해 연안의 산림생태계에서 특산식물의 다양성이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는 ESG 경영에서 생물다양성은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생물다양성 손실을 글로벌 리스크 top 10에 포함했으며, 국제금융공사(IFC)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투자 결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는 특산식물 보호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국가의 생태적 자산 관리 차원에서 다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연구진이 분석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SSP5-8.5 시나리오), 우리나라 특산식물의 초본 41.9%,  관목은 11.2%, 나무는 2.2%가 서식지 축소를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초본식물의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며, 관목류와 교목류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Cho & Lim 2024).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개별 종의 소실을 넘어 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백두대간을 따라 형성된 우리나라의 특산식물 군락은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한 생태계의 결정체다. 이들이 고지대와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할 생태계 교란은 예측하기 어려운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제주도 한라산이나 울릉도처럼 고립된 생태계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들 지역의 특산식물은 기후변화에 따른 이동 경로가 제한되어 있어, 이른바 '생태적 섬 고립' 현상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녹아내리는 빙하 위에 고립된 북극곰처럼, 피할 곳 없는 위기 상황이다.

다행히도 해결의 실마리는 존재한다. 연구진은 지역 맞춤형 보전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보호구역 확대와 생태 통로 구축은 식물의 자연스러운 이동을 돕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또한 첨단 기술을 활용한 종자 은행 구축과 서식지 복원 사업도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ESG 관점에서 기업들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의 인식 제고와 참여도 중요하다. 특산식물 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해와 협조 없이는 실효성 있는 보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특산식물은 단순한 생물종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들은 한반도의 기후와 토양에 적응하며 진화해 온 살아있는 자연유산이자, 우리 생태계의 정체성 그 자체다. 봄이면 여전히 진달래가 피고 철쭉이 만발하는 한반도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지금 우리의 현명한 선택과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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