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거울 속에 비친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오늘의 감정이 어떤 색깔일지 생각해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것이다. 때론 화창한 봄날의 하늘처럼 맑은 파란색이었다가, 어떤 날은 흐린 겨울 하늘처럼 잿빛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이런 자신의 감정과 마주할 시간조차 없이 지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이러한 감정의 색채를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지난주, 차가운 겨울바람처럼 날카로워진 목소리로 "그냥 공부가 하기 싫어요"라고 말하는 고등학생 아들과 마주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반항처럼 들렸지만,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들의 진짜 감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처럼 시험 직전 벼락치기 공부로도 성적이 오를 것이라 기대했던 아들은, 고등학교에서 그런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 앞에서 서리 내린 유리창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우리의 감정은 마치 자동차의 대시보드와 같다. 빨간 경고등이 켜졌을 때, 그저 경고등을 무시하거나 가리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 해결하듯이, 감정도 마찬가지다. 가슴 한쪽에서 울리는 감정의 경보음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뜨거운 분노가, 때로는 차가운 불안이, 때로는 무거운 슬픔이 우리 삶의 어떤 부분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알려주는 신호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감정과 반응을 구별하는 능력이다. 출근길 버스 대기줄에서 누군가 새치기를 했을 때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마치 화산이 분출하기 직전의 마그마와도 같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그 뜨거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다. 언성을 높이며 맞대응하는 대신, 잠시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오늘 저 사람은 특별히 급한 일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하며 한 걸음 물러설 수도 있다. 이처럼 감정과 반응 사이의 작은 틈을 만드는 것이 현명한 감정 관리의 시작이다.
우리의 일상은 마치 수많은 악기가 동시에 연주되는 교향곡과 같다. 그 속에서 감정 관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감정이라는 악기를 무음으로 만들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각각의 감정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여, 더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라는 의미다.
촉각, 시각, 청각이 모여 우리의 현실을 만들듯이, 감정도 우리 삶의 중요한 감각이다. 최근 신경과학 연구는 이 감정이라는 감각이 우리의 학습 능력과 창의성, 더 나아가 삶의 전반적인 만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주고 있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때로는 신뢰할 수 있는 동행자와 함께 걸으며, 각자의 감정이라는 풍경을 나눌 수 있다. 마치 안개 낀 거울이 닦이듯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흐릿했던 감정을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결론적으로, 감정 관리는 마치 정원을 가꾸는 일과 같다. 감정이라는 씨앗을 억지로 뽑아버리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고 적절히 돌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오늘, 당신의 감정은 어떤 색깔인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가.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감정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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