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기록하는 시민의 힘, 데이터로 그리는 도시의 미래

[심층 인터뷰] 임완수 메해리 의과대학 교수가 말하는 기후변화와 건강불평등

 

"알래스카의 빙하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메릴랜드 주도 어내폴리스의 배수구에서는 바닷물이 역류하고, 버지니아 해안의 작은 섬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황폐화된 모래섬으로 변해갔죠." 임완수 교수의 목소리에는 현장에서 목격한 기후변화의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도시의 열섬현상, 폭우, 대기오염 등,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현실입니다."

지난 13일, <전주미래도시포럼 2024>에서 임완수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더뉴요커지와 뉴욕 타임즈에도 소개된 그의 커뮤니티 매핑 연구는 보다 탄력적이고 공평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혁신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전주미래도시포럼 2024> 의 '미래도시와 기후 환경' 세션에서 패널로 참석하여 강연중인 임완수 교수

 

메해리 의과대학 글로벌 보건대학의 교수이자 커뮤니티 매핑 센터 대표인 임완수 박사는 긴급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 과학을 활용하는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12년 허리케인 샌디 당시 이끈 주유소 매핑 프로젝트는 미 에너지부와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재난 대응에 크게 기여하며 시민 참여형 데이터 수집의 가치를 입증했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닙니다." 임 교수는 'Public Health Exposome' 프레임워크를 통해 환경, 건강, 사회적 요소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연구해 왔다. "열대야, 폭우, 산불 등 기후변화 현상은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문제는 이 영향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도시 열섬현상은 그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저소득층 거주 지역은 녹지 부족, 건물 밀집도, 열흡수성 건축자재 등으로 인해 더 심각한 열섬현상을 겪습니다. 게다가 경제적 부담으로 에어컨 사용을 제한할 수밖에 없어, 건강 위험은 더욱 가중됩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임 교수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확한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역 간 자원의 접근성 차이는 건강 문제를 야기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세밀한 데이터와 실시간에 가까운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는 광주자원봉사센터의 배수구 매핑 사례와 코로나19 시기의 마스크 시민지도를 언급하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마스크 재고 현황 매핑은 정부의 공적 마스크 정책 수립에 핵심적인 데이터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시민들이 수집한 데이터가 정확할 뿐만 아니라 긴급 상황 대응에 있어 매우 귀중한 자산임을 입증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주시의 정원도시 정책은 주목할 만한 시도다. 임 교수는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녹색공간(Green Space) 커뮤니티 매핑을 제안한다. "정원도시 정책은 단순한 도시 미화가 아닌, 시민 건강과 환경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시민들이 직접 도시 내 정원과 녹지 공간의 분포, 접근성, 효과 등을 조사하고 기록함으로써, 정책의 실효성을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옥마을 주변 정원 조성이 문화유산 보존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전주의 특성을 살려, 문화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임 교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임 교수는 향후 10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시민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AI가 분석하여 기후변화의 패턴을 예측하고, 이에 따른 건강 영향을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통합적 접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기후변화, 건강, 사회 정의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들을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을 때, 우리는 더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임완수 교수가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그의 제안은 기후변화 시대를 헤쳐나갈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헬스케어뉴스 김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