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또 감기에 걸렸어요." 고등학생 아들이 축 처진 어깨로 집에 돌아왔다. 학교와 학원으로 오가며 불규칙한 식사와 부족한 수면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탓이다. 살아가며 깨달은 것이 있다. 바로 가장 좋은 약은 제철 음식이라는 것이다. 면역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아들에게 이 계절이 주는 특별한 선물을 주었다.
11월의 으뜸 면역 지킴이를 꼽자면 단연 '유자'다. 레몬의 3배에 달하는 비타민 C는 물론, 풍부한 구연산이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준다. 할머니의 지혜가 담긴 유자청은 현대 의학에서도 그 효능을 인정받았다. 아침마다 아이에게 건넨 따뜻한 유자차 한 잔은 이제 하루를 시작하는 에너지가 되었다.
유자와 더불어 이 계절의 으뜸 과일인 사과는 '하루 한 개의 사과가 의사를 멀어지게 한다'는 서양 속담이 있을 정도로 영양가가 높다. 꾸준히 사과를 간식으로 먹으니, 감기 저항력이 확실히 다르다. 항산화 물질인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해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며, 식이섬유인 펙틴은 장 건강을 책임진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청둥호박이다. 우리 어머니가 손수 담가주시던 늙은 호박죽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이는 우리 몸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어 호흡기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시험 기간 야식으로 아이에게 호박죽을 끓여주면, 다음 날 컨디션이 한결 좋아진다며 엄지를 치켜든다.
또한 단감과 감귤은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부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피곤해 보이는 아이에게 감과 귤을 건네면 금세 생기가 돈다. 특히 단감에 들어있는 타닌 성분은 피로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감귤의 베타크립토잔틴은 성장기 아이들의 뼈 건강에도 좋다.
우리 전통 식문화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배추는 단순한 김치의 재료가 아니다. 풍부한 식이섬유와 비타민은 위장 건강을 책임진다. 특히 유산균이 가득한 김치는 장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프로바이오틱스다. 늦은 귀가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아이도 이제는 김치 한 조각을 꼭 곁들인다.
생강은 우리 가정의 비상약이다. 진저롤 성분이 들어있어 염증 완화와 소화 촉진에 도움을 준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생강차를 마시면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이제는 아이가 먼저 찾는 우리 집 상비약이 되었다.
제철 음식으로 챙겨 먹는 지금, “역시 엄마가 최고의 건강지킴이야!"라는 아이의 환한 미소를 보며 새삼 깨닫는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가장 좋은 보약이 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어머니들, 오늘 저녁 식탁에 자연의 선물, 계절 밥상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요? 바쁜 일상에서도 제철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아보세요.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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