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된장, 간장, 고추장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장 문화가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종묘제례악부터 시작해 23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장 담그기는 단순한 발효식품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키는 과정은 과학이자 예술이다. 각 가정마다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이 있고, 그 맛은 한 집안의 역사이자 자부심이 된다. 수십 년 된 간장을 귀한 양념으로 사용하는 집들의 이야기는 우리 음식문화의 깊이를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장 담그기가 지닌 공동체적 가치다. 유네스코는 이번 등재 결정에서 "장 담그기라는 공동의 행위가 관련 공동체의 평화와 소속감을 조성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장 담그기는 가족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협동의 장이었다. 어머니에서 딸로,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이어지는 전승 과정은 우리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왔다.
장이 지닌 영양학적 가치도 주목할 만하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필수 아미노산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의 식단에 중요한 영양 균형을 제공해왔다. 선조들의 경험과 지혜가 만들어낸 발효기술이 영양학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장 담그기의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대량생산된 장이 식탁을 점령한 시대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장을 담그는 것은 문화적 저항이자 정체성 지키기의 한 방편이다. 더구나 지속가능한 식생활과 환경 보호가 강조되는 지금, 전통 발효식품인 장은 건강한 먹거리 문화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등재는 우리 음식문화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치에 이어 장 담그기마저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이 된 것은 한식의 우수성과 고유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등재는 일상적이어서 오히려 간과되기 쉬웠던 생활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를 지켜나가려는 우리의 노력이 세계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계승해 나갈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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