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육가공품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육가공품의 천적인 곰팡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유산균을 발견한 것이다. 그동안 발효 생햄과 소시지 등 육가공품은 높은 습도와 긴 숙성 기간으로 인해 곰팡이 피해에 취약했다. 한번 곰팡이가 발생하면 제품을 전량 폐기해야 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수억 원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녹차에서 분리한 '락티플란티바실러스 플란타룸 지(G)2 유산균'(이하 G-2 유산균)을 발견했다. 이 유산균은 식중독균과 유해 곰팡이의 성장을 동시에 억제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연구진은 녹차, 한우, 과일, 발효 생햄 등 다양한 식품에서 105종의 유산균을 분리해 실험했는데, 그중 G-2 유산균이 가장 뛰어난 효과를 보인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유산균이 장출혈성대장균, 살모넬라균 등 5종의 식중독균과 아스페르질루스 플라부스 등 6종의 곰팡이 성장을 모두 억제했다는 사실이다. 실제 발효 생햄 제조 현장에 적용해본 결과도 놀라웠다. 제품 표면에 G-2 유산균을 처리했더니 일반 세균과 곰팡이의 성장이 90%나 감소한 것이다.
G-2 유산균의 진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유산균은 고농도 소금, 낮은 pH, 저온 등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력이 뛰어나다. 이는 건조 발효햄이나 고염도 발효식품 등 다양한 식품 제조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불어 내산성과 내담즙성이 우수해 프로바이오틱스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미 G-2 유산균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며,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통해 기술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우리나라 식품산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스타터 미생물이나 항생제 대체재, 사료 첨가제 등으로 활용범위를 확장할 수 있어 그 파급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 안전은 현대 사회의 핵심 과제다. G-2 유산균의 발견은 우리가 한 걸음 더 안전한 식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자연에서 찾은 해답이 식품산업의 오랜 숙제를 풀어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작은 미생물이 열어갈 식품 안전의 새로운 지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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