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빚어낸 황금빛 이야기
어머니의 텃밭에는 늘 호박이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굵은 줄기를 타고 자라난 청둥호박들이 늦가을 하늘 아래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에 들른 부모님 댁에서 호박을 수확했다. 어머니의 거친 손과 내 손에 묻어나는 하얀 가루. 그 가루는 마치 우리 모녀의 세월을 닮은 듯했다. "호박은 늙어야 제 맛이란다." 팔순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말씀에 깊은 뜻이 담겨있다. 젊은 시절의 나는 이 말씀이 그저 호박의 숙성도를 이야기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호박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이제는 안다.젊은 날의 나는 푸르른 호박처럼 단단한 꿈과 야망을 품고 있었다. 직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완벽한 엄마이자 아내가 되기 위한 분투, 그리고 늘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기만 했던 그 시절은, 마치 덜 익은 푸..
감동하는 일상 (울림을 주는 순간들)
2024. 11. 16. 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