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은 단순히 외모의 일부가 아니다.
하루에도 수백 가닥이 빠지는 머리숱은 자신감의 상징이자, 삶의 활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그래서일까. ‘탈모’라는 단어에는 조금의 슬픔과 체념이 섞여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낙심의 단어 속에서 희망의 근원을 찾아낸 이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이름조차 다소 낯선 우리 숲아서 찾아낸 ‘보리밥나무’다.
해안가 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상록 덩굴식물, 잎에는 은빛 비늘털이 달려 있고, 봄이면 작은 꽃을 피운다. 예로부터 ‘동조(冬棗)’라는 이름으로 천식이나 당뇨 치료에 쓰이던 약재였지만, 지금은 탈모 예방의 가능성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은 170여 종의 산림자원을 분석하던 중, 보리밥나무에서 놀라운 활성을 발견했다.
모발의 생명줄이라 불리는 모유두세포가 보리밥나무 추출물에 반응해 175%나 활성을 높인 것이다.
모유두세포는 모낭의 기저부에 자리 잡고 있어 모발이 자라게 하는 신호를 보낸다. 이 세포가 활발할수록 머리카락은 건강하게 자란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특허로 등록하고, 피부 안전성 시험에서도 무자극 판정을 받았다.
숲에서 발견된 작은 식물이 과학의 언어로 번역된 순간이었다.
자연이 준 가능성을, 인간이 데이터로 증명한 것이다.
연구의 성과는 2025년 9월, 산업으로 옮겨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루메디컬과 기술이전 협약을 맺고, 보리밥나무 추출물을 활용한 탈모예방 조성물 특허를 민간기업에 넘겼다.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헤어 컨디셔너와 샴푸, 트리트먼트 등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숲의 연구가 기업의 기술로 이어지고 다시 국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구조,
이것이 바로 ‘산림바이오산업’이 그리는 선순환의 모습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과학이 되고, 경제가 되고, 결국은 사람의 삶을 바꾸는 일이 된다.

10월, 인체적용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12주간의 실험에서 보리밥나무 추출물을 사용한 시험군은 모발 탈락 수가 61.3% 감소했고,
모발 굵기·길이·밀도·두피 탄력도 모두 고르게 향상됐다.
숲에서 자란 식물이 사람의 몸에서 다시 생명력을 되살린 셈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의 ‘보리밥나무 추출물 탈모예방 샴푸’가 출시됐다.
자연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욕실 속의 작은 병으로 모습을 바꿔 우리 손에 닿았다.

보리밥나무의 이야기는 단순히 ‘탈모 개선’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이 협력해 만들어낸 생명의 복원이다.
화학성분으로 빠르게 해결하려던 시대에서, 우리는 다시 천천히, 자연의 리듬을 배우고 있다.
자생식물은 우리 땅의 기후와 토양에 가장 잘 맞는 생명체다.
그 속에 숨겨진 성분을 과학이 밝혀내고, 산업이 기술로 연결하며, 사람의 삶 속으로 되돌려주는 것!
그 과정이 바로 지속 가능한 바이오경제의 본질이다.
숲은 언제나 묵묵히 제 자리에 있었다.
그 안의 나무와 풀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건강과 삶을 지켜왔다.
보리밥나무는 그 숲의 목소리를 다시 세상으로 끌어올린 존재다.
머리카락 한 올이 자라는 시간은 느리지만,
그 느림 속에 자연의 진심이 깃들어 있다.
숲에서 자란 희망의 뿌리, 보리밥나무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결국 이것이다.
지속되는 생명은, 인간의 기술이 아니라 자연의 지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 본 글의 연구 데이터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공식 발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탈모 예방 및 개선 효과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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